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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단편을 엮은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세 단편을 엮은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책 <깊이에의 강요>의 원제는 <Der Zwang zur Tiefe>, 영역으로는 <Three Stories and a Reflection>이다.

한국어 번역본은 세 단편 중 첫 편인 <Der Zwang zur Tiefe>, 영어로는 <Depth wish>를 제목으로 했다.

오랜만에 별생각 없이 이 책을 들고 죽 읽어 내려가다가 생각이 막혔다. 전엔 아무 생각 없이 읽었는데 이해가 안 되는 구절들이 걸린다.

내용은 단순하다. 비평가에게 "깊이가 없다."는 평을 들은 화가가 자괴감에 괴로워하다가 자살하는 이야기다. 읽다 보면 "그래서 당신들이 말하는 깊이가 뭔데?"라는 반발심이 든다. 이 이야기도 그 말을 하는 것 같고.

그래서 '깊이에의 강요'라는 말을 밑도 끝도 없이 '정체 모를 깊이'를 강요하는 세태를 꼬집는 말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생각이 엉킨 부분은 여기.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처음 그 화가를 혹평했던 비평가가 이 화가의 자살을 안타까워하며 "이 화가의 초기 작품엔 깊이에의 강요가 보인다."고 평한다.

??

'깊이에의 강요'는 깊이를 강요하는 세태를 꼬집는 표현이 아니었나? 비평가가 갑자기 자기 반성이라도 하는걸까?

원문이 궁금해진 건 이때다. 원문은 "Der Zwang zur Tiefe(깊이 가야 한다는 강박)", '강요'로 번역할만한 단어는 'Zwang'인데 영어로 단순히 'Coercion(강요)'이나 'force(강제)'로 옮기긴 어려운 단어였고 오히려 compulsion(강박)이나 obligation(의무)의 뉘앙스가 컸다.

엉킨 생각이 슬슬 풀린 지점은 여기. '강박'으로 해석하자면

; 이 화가는 "깊이가 없다"는 비평가의 말에 자괴감을 느끼며 그날부터 '깊이'에 집착하고 결국 '깊이'를 손에 넣을 수 없음을 괴로워하며 자살한다. 그리고 그 비평가는 좋은 작가를 잃었다면서도 "초기 작품엔 깊이를 향한 강박"이 보인다며 안타까워한다. 자신이 뿌린 씨앗에서 태어난 강박인지도 모르는 파렴치한이라는 거다.

결국 제목인 'Der Zwang zur Tiefe'에서 말하는 '강요' 혹은 '강박' 행동 주체는 세상과 비평가만이 아니라 화가 본인도 포함된다. 이야기만 보자면 강박의 주체는 화가 혼자고.

중의적일 수도 있어서 강요라고 옮긴 것인지.

역자의 생각을 역산하는 것은 재밌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나도 역자라 그럴까 한도 끝도 없이 꿈보다 해몽을 펼친다.

아니면 말고.

조금만 천천히 커주면 좋겠는데. 순간

조금만 천천히 커주면 좋겠는데. 순간순간이 아쉽다.

Don't blink.

Part1에 이어.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지금 상황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영상 번역가들은 살 만합니다. 일이 고되고 어쩌고 하는 것들을 떠나서 어쨌건 경제적으로는 나쁘지 않아요. 대부분의 프리랜서 시장이 그렇듯이 영상 번역계도 단가 차이가 굉장히 심해서 업계에서 가장 낮은 단가와 최고 단가(개봉관 포함)를 비교하면 수십 배가 나기도 해요. 그러니 일단 시장에 안착한 후에 그 위를 도모해야 하는 거죠.

"그렇다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그 위를 도모해서 결과를 낼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여러분이 해보시기 전엔 알 수 없어요. 그것까지 타인에게 물으시면 무책임하신 거예요.

둘째로 AI등 기술의 발전으로 전망이 우려스럽다는 의견, 저도 동의해요. 다만 기술이 시장을 잠식하는 속도를 알 수 없다는 것뿐이죠. 상술했다시피 최저 단가 시장은 극히 일부지만 잠식당했습니다.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는데 ChatGPT 같은 괴물 AI의 출현을 보자면 언제 위로 확 뛰어 올라올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AI로 시장 잠식당할 직업군은 번역가만이 아니에요. 사실상 거의 모든 직업군이 위협을 받고 있고 끝내 입지를 사수할 것으로 의심치 않았던 예술직도 시장을 잠식당하는 실정이에요.(작곡, 그림, 집필 등) 이런 시대에 번역 업계 시장이 기술에 잠식당하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고 예외적으로 번역가만 우려할 일도 아니에요.

하지만 기술이 모든 직업군을 완전 대체한다기보다 부분 대체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할 거예요. AI가 대체할 직업 순위 같은 분석 기사를 읽어 보면 늘 상위권에 있는 직업이 검사, 판사,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약사 등이에요. 오히려 번역가는 순위가 낮습니다. 순위야 정확한 것도 아니고 짐작이니 그다지 참고할 것은 못 되지만 거의 모든 직업의 일정 부분이 부분 대체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예상이 가능해요.

이런 시장에서 취해야 할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내 능력을 고급화해서 비싸게 파는 부티크 전략이겠고요. 고급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이나 페라리 엔진을 수공으로 조립하는 수석 엔지니어처럼요. 앞으로는 오히려 인간다움의 강점을 강조하고 그것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머리가 있어야 할 거예요. 이도 저도 다 귀찮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시키는 것만 해도 괜찮은 직업을(그런 게 세상에 있다면) 갖는 게 좋고요.

한 직업의 비전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비전만 따진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요새 가장 핫한 개발자를 하는 게 좋겠죠. 그런데 그 비전이 절대적이지 않아요. 근 몇 년 전만 해도 개발자의 위상이 지금 같지 않았다는 건 아실 거예요. 미래에도 그럴까요? AI가 미친듯이 코딩 시장을 뺏고 있는데? 그럼에도 능력 좋고 시장 파악력이 좋은 일부 개발자들은 또 살아남아 좋은 수익을 올리고 돌파구를 찾을 거란 걸 아셔야 해요.

길에서 붕어빵을 팔아도 목, 기술, 맛, 서비스, 이미지 등등등에 따라 매출이 천차만별이에요. 어떤 분은 월 50정도를 벌기가 힘들 거고 어떤 분은 붕어빵을 팔아 건물을 살 수도 있는 거고요. 영상 번역가가 되더라도 마찬가지예요. 비전이라는 건 이렇게 덧없어요. 비전만 따라가다간 이도 저도 못 한다는 거죠.

세간에서 말하는 전망을 참고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절대적이지도 않은 정보를 가지고 미래를 결정하는 짓은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어떤 직업의 비전이 좋든 좋지 않든 개인이 돌파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에겐 아직 그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요. 다만 아주 부지런하고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이어야겠지만요.

직업을 택할 때 최우선 순위에 뭘 두라고 말씀드리는 건 주제넘는 짓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최우선에 전망처럼 부질없는 걸 두지 말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너무 겁먹지 마세요. 때론 정말 부딪히기 전엔 아예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는 법이에요. 도전해 보시고 생각과 너무 다르거나 길이 안 보이면 후퇴해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이 길로 갔다가 안 되면 기회가 없단 생각은 너무 성급한 거예요. 인생 올인 같은 건 도전이 아니라 도박이에요. 겁먹지 말고 뭐든 시작해보세요.

*같은 질문이 또 많을 테니까 이건 조만간 FQA에 올려둘게요.

안 그래도 자주 받는 질문이긴 해요. 최근엔 무슨 일인지 더 집중적으로 많이 들어와서 써보려고 해요. 미안할 정도로 정성껏 장문으로 보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제가 일일이 답을 드리긴 현실적으로 어렵거든요. 그냥 지나치자니 마음이 편치 않고. 사연은 다양해도 궁극적으로 묻는 건 비슷해서 가능하다면 이 글에서 한 데 묶어 써볼게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영화 번역 업계와 영상 번역 업계는 시장 자체가 아예 달라서 일도 다르고 단가 차이도 꽤 커요.(저는 종종 OTT 작품을 하기도 하지만 이건 아주 예외적인 경우니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그래서 아래 글엔 둘 다 포함되는 내용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어요. 잘 판단해서 읽으세요.

대부분 궁금하신 건 영화 번역가(OTT까지 포함해야 하니 이 뒤로는 통칭해서 영상 번역가라고 쓸게요)라는 직업의 전망이에요. 영어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고 번역도 관심이 큰데 이것으로 먹고살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거죠. AI다, 뭐다, 번역가는 박봉이다 어쩌다 등등.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가 워낙 많으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도 모르겠어요. 영상 번역가의 전망이 앞으로 어떨지 저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이쪽 산업의 변화는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있고 기술이나 시장에 관한 정보도 웬만한 분들에 비해서는 아주 빨리, 많이 수집하고 있는 편이에요. 저보다 식견이 넓은 분이야 계시겠지만 일선에 있는 경력 17년 번역가만큼 시장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업계 외부에서 들은 이야기 혹은, 어딘가에서 전해 들은 카더라들에 비하면 훨씬 영양가 있는 이야기니까 이상한 추측 글들 믿지 마시고 이 내용을 믿으시는 게 나으실 거예요.

여기서 구구절절 영상 번역 업계에 머신러닝이나 AI 등이 얼마나 침투했는가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상당히 침투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것들이 잠식한 시장은 극히 일부분인 저단가 시장이지만 야금야금 위쪽으로 손을 뻗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우려스러운 것은 그 발전 속도와 시장 잠식 속도를 가늠할 수가 없다는 거죠.

또 하나 영상 번역 업계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는 번역가 공급이 많다는 거예요. 지금은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은 시대라 마음만 먹으면 너나 나나 다 뛰어들 수 있어요. 생각보다 문턱도 낮은 편이고요. 공급이 많다는 건 시장 단가의 추락을 의미하죠. 상품은 희소성이 떨어질수록 가격도 떨어져요. 그러니 영상 번역가가 북적이는 시장에서 과연 제값을 받고 일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 될 거예요.

여기까지가 눈치만 좀 있다면 이 시장에 들어오지 않고서도 알 수 있는 점들이에요. 지금부터는 이 시장에 17년(문서 번역까지 하면 18년) 몸담은 입장에서 느끼는 점들을 써볼게요.

제가 케이블 TV 외화를 번역하던 시절(2005~2013)에 비하면 지금은 영상 번역가 대우가 나아진 편이에요. 해외 OTT들이 들어오면서 벤더(하청 업체) 관리를 엄격하게 한 덕에 단가가 많이 상승했죠. 전처럼 덤핑 치는 국내 악덕 업체들이 활개치기 어려운 환경이 됐어요.(지금도 있기야 하지만 예전만 하진 않아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저단가 시장에 있는 분들은 형편이 다르지 않아요. 시장 자체가 좋아졌는데 왜 그럴까요? 저단가 시장은 원래 성격이 그렇기 때문이에요. 번역 질보다 양이 중요한 시장. 그 시장에 머물러 있을 사람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래나 똑같이 어려울 거예요. 절대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요.

지금 시장이 나아졌다고 말하는 건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영상 번역가들에 한해서 적용되는 말이에요. 왜 그분들을 기준으로 하냐면 영상 번역가를 취미가 아니라 생업으로 생각한다면 최소한 그 입지까지는 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니까요. 생계유지는 해야 하잖아요. 회사로 따진다면 과장급 정도 될 거예요. 거기까지도 못 가겠다고 하면 이 일을 안 하시는 게 나을 거예요. 어느 회사에 취업하려 하는데 퇴직까지 과장도 못 달 거라고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거기 안 가시는 게 낫죠. 
*part2로 이어져요.

첫 #ChatGPT test. 첫 만남부터 너 좀 징그

첫 #ChatGPT test.
첫 만남부터 너 좀 징그럽다...

처가에서 5시간 넘게 운전해 왔는데 오자마자 난데없이 튜브 불어 달라고 드러누움...

몸이 내외로 너덜너덜.

예매 오픈😊 그날 봬요! #Repost @studio_

예매 오픈😊 그날 봬요!

#Repost @studio_dhl with @use.repost
・・・
<#트윈> 메가박스 GV 확정!

#황석희 번역가 X #민용준 기자가
풀어내는 신선한 전개와 반전 결말!

✅일시: 2/3(금) 오후 7시 30분
✅장소: 메가박스 코엑스

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트윈> GV 보러 오세요! 👀

📌 링크 : https://url.kr/h2xplk

#A24 #타넬리무스토넨 #테레사팔머
#스티븐크리 #트리스탄루게리 #공포
#쌍둥이 #오컬트 #Thetwin
#오컬트호러 #2월8일대개봉

별밤 녹음 중에 허술함에 대해 이야기

별밤 녹음 중에 허술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김이나 작사가님이 나는 전혀 허술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집에선 허술하다고 맨날 구박받는다 해도 집에서만 그러신 거 아니냐 했다.

아내에게 그 얘길 했더니 얼마나 허술한지 몰라서 그러실 거라고 픽 웃는다.

어제 같이 외출하는데 아무리 뒤져도 좀 전에 썼던 마스크가 없다. 방금 나갔다 왔는데도 없다. 결국 새로 하나 뜯어서 쓰고 나가는데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고... 깨달음.

옆에서 아내가 그런다.

"안 허술하다고? 🤔”

<더 웨일>이 드디어 옵니다. 아카데미

<더 웨일>이 드디어 옵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브렌든 프레이저

인생 최고의 연기.

#캐롤 생각나는 추운 날.

<아바타 : 물의 길> 1000만 돌파를 축하합니다.

드디어 제 필모에도 천만 관객 작품이 🥳 천만 영화가 쉬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작품을 작업하게 될 운이 쉽게 오는 것도 아니어서 정말 감개무량해요. (천만이 든다고 저한테 뭐가 좋은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기분이 좋은😗)

<보헤미안 랩소디>가 994만으로 간질간질하게 마무리돼서 천만 작품이랑은 연이 없나 싶었는데 고맙게도 아바타가 끝을 모르게 직진 중. 더더 좋은 성적을 남기기를 빌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아바타
#아바타물의길

어머니를 픽업하러 이모 댁에 다녀왔다. 거동이 불편해 요양원에 계신 외할머니가 명절이라 이모 댁에 나와 계신다.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는 이제 기억도 온전하지 않으시다.

어머니만 픽업해 오려 했는데 아이가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한복을 입혀 데려갔다. 일산에서 인천까지 오가는 길이라 아이가 고생스럽겠다 싶어 놓고 오려 했더니 고집을 굽히질 않는다. 굳이 아빠랑 가야겠단다.

그런데 아이를 데려간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할머니는 이 아이가 누군지도 잘 모르시면서 마냥 웃으시느라 입을 닫지도 못하신다. 거의 두 시간을 어른들 앞에서 재롱을 떨었다.

할머니는 석희가 오고 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으시고도 정동원이 온다고 알고 계셨단다. 손주들 이름은커녕 자식들 이름도 가물가물하시면서 정동원은 또렷하게 알고 계시는 걸 보면 그분은 얼마나 많은 어르신께 효도하고 있는 것인지. 이 기회를 빌려 감사를.

내 얼굴을 보고도 정동원이냐고 자꾸 물으신다. "할머니, 석희예요."라고 하면 한 20초쯤 기억하시다가 또 정동원이냐고 하신다. 그러니 내 딸이 누군지, 어디서 온 애인지 아실 리가.

어머니와 이모가 몇 번을 석희 딸이라고 해도 납득을 못 하셨다.

"석희가 딸이 있어?"

"아이구, 엄마, 석희가 벌써 마흔다섯이랴. 쟤가 석희 딸."

고개를 잠시 끄덕이시다가 나를 가리키시면서 다시 물으신다.

"근데 쟈는 누구야?"

그새 또 나를 잊으셨나 보다. 그리고 내 딸을 가리키시며.

"쟈가 석희야? 석희는 사내놈인데... 고놈은 언제 와?"

할머니의 기억 속의 나는 아직도 내 딸만 한 다섯 살배기다. 몇 가지 여쭤보니 최근보다는 그 시절을 더 기억하고 계셨다. 내친김에 콕 집어 내 얘길 물어본다.

"할머니, 석희는 애가 어때요? 착해요?"

"석희는 착하지. 점잖고 순하고"

워낙 순하기로 유명했다. 얼마나 순했냐면 동네에서 애가 너무 둔한 거 아니냐는 소릴 들을 정도로 울지도 않고 낯도 안 가리고 떼도 안 부렸다고.

터미널에서 과일 장사를 하시던 할머니는 몸통이 그래봐야 수박만 하던 녀석이 가게부터 집까지 굳이 커다란 수박을 들고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던 일이나 양념 꼬막을 좋아한다는 것까지 기억하셨다.

"할머니, 석희 예뻐요?"

"이쁘지 그럼. 뽀얀 게 착하고 아주 이뻐."

그 석희가 이만큼 컸다고 말씀드려도 그 순간이다. 곧 할머니 앞에 앉은, 나이가 마흔다섯이나 된 석희는 사라진다. 그게 참 슬펐는데 다섯 살배기로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하기로 했다.

어머니는 옆에서 그게 그렇게 안쓰러우신가 보다.

"석희야, 우리 엄마가 저렇게 망가졌다. 아이고..."

원래 말을 곱고 세련되게 고르지 못하시는 분인 걸 알지만 오늘은 그 투박한 망가졌다는 말이 왜 그리 아프게 들리는지.

"엄마, 망가진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하세요. 저렇게 늙어 가시는 분도 계신 거고 아닌 분도 계신 거고. 자연스러운 거야."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하자. 언젠가 다섯 살배기 석희마저 잊으시더라도. 날 정동원이라고 생각하시더라도. 더 아프지 마시고 앞으로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랑스럽게 나이 들어 주시기를.

명절맞이 키즈카페 개장.

레고 <아바타: 물의 길>

파야칸 박스를 보는 순간 이걸 언제 다 조립하나...😥 싶었는데 굉장히 빨리 조립했어요. 외피가 꽤 크고 설명서가 자세해서 어렵지 않더라고요. 예상한 시간의 절반 정도 걸렸으려나.

팰리스 극장 레고가 있어서 그때 거의 3일 고생한 기억에 겁먹었더니 순식간이었어요.(이것도 엄청 예쁘니까 매물이 보이면 바로 구입하세요. 강추)

파야칸은 원작처럼 한쪽 지느러미가 짧아서 똑같은 장면을 연출할 수 있더라고요. 레고 박스에도 로아크가 파야칸 지느러미를 붙들고 있는 장면이 나와요.

애기가 던져버릴까 걱정했더니 아주 잘 가지고 노네요. 입 벌리는 부분이 부드러워서 뭘 먹이고 노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자꾸 애써 만들어놓은 스킴윙을 부셔서 먹이로 줘서 그렇지.. ㅠ

그때그때 건조하는 귀찮음만 감당하신다면 욕조에서 갖고 놀아도 되실? 저는 아마 오늘부터는 이거 욕실에 가지고 들어가야 할 거예요.

우리집에선 터줏대감이던 분홍 돌고래와 파야칸의 듀얼을 한참...

이번 시리즈엔 멧케이나족의 산호초 집(수상 가옥)도 꽤 크게 나왔어요. 그것까지 만들어서 파야칸이랑 붙여 놓으면 브라더, 시스터후드가 뿜뿜.

아, 일루, 스킴윙도 있어요. 얘들은 좀 작아서 조립하시기 쉬울 거예요. 날개까지 구현되어 있어서 완성해놓으면 진짜 폼나더라고요.

꽤 튼튼하게 나와서 애기가 있는 집이면 갖고 노셔도 괜찮을 거고 아니면 진열하셔도 좋을 거예요. 산호초 진열대가 들어 있어서 전시해도 예뻤어요.

저는 욕조에 갖고 들어가는 날이 아니면 산호초 진열대에 전시하기로.

네이버에서 레고 아바타 검색하시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어요 :)

*이 게시물은 레고 코리아의 협찬을 받았습니다. @legokorea_official

#레고아바타
#아바타
#레고코리아

"뒷다마 까는 사람하고는 내 우정을 같이 몬하겠다."

그 옛날 논산훈련소에서 만났던 어느 어린 친구가 저렇게 말하곤 대화 도중 일어서서 가버렸다. 훈련병 몇 명이 모여 고까운 동기를 씹던 중 벌어진 일이다. 씹히던 대상은 그 녀석에게도 좋은 동기는 아니었으나 뒷담화 자체가 싫었던 거다.

뒷담화에 한창 신나던 우리는 뻘쭘해서 유야무야 자릴 덮고 일어났다. 그리고 한편으론 저 녀석이 유난을 떤다는 생각도 했다.

20년쯤 지난 지금 생각하면 그 녀석이 얼마나 쿨하고 멋진지. 그 어린 나이에도 현명하고 쿨했다.

가장 먼저 쳐내야 할 사람은 내게 남의 뒷얘길 하는 사람이다. 이건 과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사람은 반드시 다른 곳에서 내 뒷얘길 한다. 유독 내게만 우정을 지킬 거라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다. 그런 행동은 우정을 존중하는 것과 별개로 단순한 악취미이자 습관이다.

철없이 어릴 때야 뒷얘길 하면서 쌓는 우정이라는 것도 짧게나마 있긴 하지만 나이를 먹고서도 여전하면 답이 없다. 성질 괴팍한 뒷방 늙은이의 꿍얼거림 같은 느낌이라는 거지.

일단 뒷얘길 하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아무리 정의로운 말을 해대도, 아무리 도덕적인 말을 해대도 곧이들리질 않아서 나도 모르게 "끽해야 뒷담화나 하는 주제에" 하는 생각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러니 뒷얘기라는 건 궁극적으로는 자기 평판을 제 손으로 으깨는 짓이다. 본인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들키는 짓이어서 세상 멍청한 짓이기도 하고.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건 옳지 않지만 이 두 가지면 보통은 걸러진다.

1. 남의 뒷얘기를 하는가.
2. 서비스직에게 무례한가.

제일 보잘것없고 하찮은 사람이 하는 짓이 뒷얘기다. 보통은 그럴 주제도 못 되므로, 곁에 둔다고 내게 큰 화를 끼치진 않지만 이런 부류는 언젠가 아주 번거롭고 피곤한 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가까이하면 악취가 묻기도 하고.

지금도 종종 내 뒷얘기를 전해들을 때면 참 여전들 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이 어간해선 바뀌질 않는다. 그 뒷얘기가 사방 다 퍼질 걸 모르진 않을 텐데. 모른다면 나이를 너무 헛 먹은 거고.

새해엔 조금 더 밀도 있는 인간관계를.

작년에 작업작 중에 가장 좋아했던 영

작년에 작업작 중에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였고 비슷하게 좋아했던 영화가 한 편 더 있는데 그건 아직 개봉을 안 했어요. 영화제에서만 잠깐 공개했었죠. 이것도 개봉하면 주접을 좀 떨게요.

올해는 또 어떤 좋은 작품들을 만날지. 그리고 또 어떤 좋은 작품들을 작업하게 될지. 관객들은 어떤 작품들을 기대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가오갤의 신작(MCU 중 최애예요)
곧 개봉할 존 윅4
놀란의 오펜하이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미션 임파서블
인디아나 존스
듄 파트2
헝거 게임 프리퀄

저는 당장 생각나는 건 이 정도. 또 어떤 작품들을 기다리세요?

올해 다시 돌아옵니다. 첫편이 각종 O

올해 다시 돌아옵니다.

첫편이 각종 OTT에 있으니 못 보신 분들은 한번 보시는 것도 강추. 정말 걸작이거든요. 인생 애니로 꼽아도 될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어요.

정말🕷️🕸️

#미세스다웃파이어 제작사 #스튜디오선데이 에서 보내주신.

아이와 커플로 메라고 센스 있는 토트백을. 귀엽기도 해라 🤩

이 기회에 김미혜, 박민선 대표님 프로듀서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함께한 기억이 아주 오래 좋게 남을 것 같아요. 즐거웠고 많이 배운 작품이었어요.

또 좋은 기회로 더 멋진 자리에서 뵙기를!😳

블루베리 식빵. 이었던 것. 테두리를

블루베리 식빵.

이었던 것.

테두리를 안 먹는 우리 딸은 3장이나 드시고 기어코 아빠 식빵까지 가져가셨다. 테두리는 싹 몰아주고.

고오오맙습니다. 너 결혼할 때 식장에 프로젝터로 이 사진 쏴줌.

<파친코>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를

<파친코>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를 수상했군요! congrats, Soo!
@soozhugh

모든 스태프, 배우님들도 축하드려요. :)

지금쯤 파친코 S2 작업이 한창일 텐데요. 너무 아쉽지만 S2 작업은 제가 참여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빠지고 대신 아주 훌륭한 번역가님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저보다 경력도 많고, 실력도 뛰어난 분이니까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S2도 멋진 결과물이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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